치매의 정의
과거에는 치매를 망령,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노인이면 당연히 겪게 되는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했으나, 최근의 많은 연구를 통해 분명한 뇌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두통이나 만성 기침 등의 여러 증상들도 그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듯, 치매도 그 원인을 밝혀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 원칙이므로, 치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치매의 정의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에게 후천적으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타나,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합니다. 치매는 어떤 하나의 질병 명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에서 여러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의 묶음입니다. 이러한 치매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이며, 그 외 루이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있습니다.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기억력 장애입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에 비해 기억력이 저하되기 마련이지만, 치매에서의 기억력 저하는 이러한 정상적인 변화와는 다릅니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기억력 저하는 대개 사소한 일들에 국한되어 있으며, 개인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정상노화와 치매의 차이' 부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한편, 기억력의 저하가 가장 흔한 첫 증상이긴 하나, 언어, 판단력의 변화나 성격의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치매 개념의 역사
고대
- 피타고라스
- 인간의 일생이 7, 21, 49, 63, 82세의 5단계로 나누어지는데 뒤의 두 가지 단계는 'senium' 혹은 'old age'로 정의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단계에 대해 "세월이 많이 흘러 인생의 후반기에 이르기 까지는 오직 일부의 사람만이 생존하며 이 단계에 이르면 갓난아이와 같이 약해진다." 고 언급했습니다.
- 시세로
- 로마의 시세로(Cicero, BC 106-43)는 이와 달리 정신기능의 쇠퇴가 노인에게 필연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즉 "노인의 쇠약은 노망(dotage), 광기(madness) 혹은 섬망(delirium)으로 불리며 이는 특징적이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의지가 약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난다."고 하여 적극적인 정신활동이 이러한 경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근세 이후
프랑스에서는 1381년부터 demence라는 용어를, 영국에서는 1592년부터 dementia라는 용어를, 스페인에서는 1791년부터 demencia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치매에 대해 본격적으로 개념정립을 시도하여 의학의 분류체계에 포함시키고자 한 것을 과학이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한 근대 이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필립 피넬
- 프랑스 의사인 피넬(Philippe Pinnel, 1745-1826)이 최초로 노인성치매(senile dementia)란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현대
20세기 들면서 나타난 획기적 변화는 현미경을 사용해 신경조직을 직접 관찰하는 의학기술의 발전이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두 명의 주요 인물이 커다란 업적을 남겼습니다.
- 오토 빈스방거
- 빈스방거(Otto Binswanger, 1852~1929)는 뇌의 동맥경화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형태의 치매를 보고하였습니다. "대뇌 피질(cortex)은 잘 유지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백질(white matter)은 소실되었다. 이는 긴 혈관들의 동맥경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하였습니다.
-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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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에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는 51세의 오거스트 디(Auguste D)라는 여성 환자에게서 진행성 인지기능장애, 환각, 망상, 생활능력상실의 증상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환자의 부검 결과 뇌 피질의 신경세포 내에 섬유질이 다발을 이루고 있는 것(현재 신경섬유다발 또는 신경섬유매듭, neurofibrillary tangle으로 불리움)과 세포 바깥에 아밀로이드 반(amyloid plaque)이 존재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후에 그의 동료이자 상사인 크레펠린(Emil Kraepellin, 1856-1926)이 그의 업적을 기리어 그 병을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치매의 진단 기준
치매를 진단하는데 미국 신경정신과학회의 DSM-5가 흔히 사용되며,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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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인지영역(복합적 주의, 집행 기능, 학습과 기억, 언어, 지각-운동 또는 사회 인지)에서 인지 저하가 이전의 수행 수준에 비해 현저하다는 증거는 다음에 근거한다.
- 1. 환자, 환자를 잘 아는 정보 제공자 또는 임상의가 현저한 인지 지능 저하를 걱정
- 2. 인지 수행의 현저한 손상이 가급적이면 표준화된 신경심리 검사에 의해, 또는 그것이 없다면 다른 정량적 임상 평가에 의해 입증
b. 인지 결손은 일상 활동에서 독립성을 방해한다(즉, 최소한 계산서 지불이나 치료약물 관리와 같은 일상생활의 복잡한 도구적 활동에서 도움을 필요로 함).
c. 인지 결손은 오직 섬망이 있는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d. 인지 결손은 다른 정신질환(예, 주요우울장애, 조현병)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요약하면
- 1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고
- 2 인지기능 저하가 검사에서 보일 정도이고,
- 3 인지기능의 저하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때, '치매'라고 진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치매에 대해 꼭 알아야할 다섯 가지
영국 치매협회(Alzheimer's Society)는 치매 인식개선을 위하여 다음의 다섯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1 치매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닙니다.
- 치매는 노년기에 더 흔히 나타나고, 기억력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차츰 저하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치매와 노화에 따른 기억력 저하는 서로 다르며, 치매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닙니다. 치매가 있을 경우 더 뚜렷하고 분명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며, 기분 변화나 판단력 저하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 2 치매는 뇌의 질환으로 인하여 발생합니다.
- 치매는 여러 증상의 묶음이며, 이 '묶음'에는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기능의 장애가 포함됩니다. 이 증상들은 뇌의 질환으로 인하여 발생합니다. 가장 흔한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이며, 그 외의 다양한 질환에 의해 치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3 치매는 기억력 외의 다른 기능에도 영향을 줍니다
- 치매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력 저하입니다. 많은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도 기억력 저하입니다. 그러나 기억력 저하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력 외에 언어나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도 저하될 수 있으며, 기분, 성격, 행동에도 영향을 줍니다. 치매가 있을 경우 남들과 소통하며 평소처럼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연구로 치매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 4 치매가 있어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 치매가 있으면 희망도 즐거움도 없는 절망스러운 상태에서 살아가야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치매 있어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치매가 진행되어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적극적이고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치매가 있으면 물론 생활이 이전보다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많은 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 5 치매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 주변의 누군가가 치매로 진단될 경우, 그 사람의 삶도 달라지고, 모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 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이 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속에 그 사람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치매와 유전
유전병은 좁은 의미로는 양친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유전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질병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좁은 의미의 유전병
좁은 의미의 유전병에 속하는 치매는 매우 드뭅니다.
전체 알츠하이머병 중 약 5% 정도만이 상염색체 우성 양식으로 유전되는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입니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은 거의 100% 알츠하이머병이 걸리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로는 아밀로이드전구단백 유전자(amyloid precursor protein), 프레세닐린 1(presenilin-1) 유전자, 프레세닐린 2(presenilin-2) 유전자의 돌연변이 등이 있으며, 원인 유전자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30% 정도 됩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은 대개 4-50대에 일찍 발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이 비가족성 알츠하이머병에 비해 진행도 빠르고, 발병 초기부터 우울, 조울 등의 정신증상이나 간질, 간대성경련, 보행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유전자의 영향
특정 유전자가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위험유전자로 알려진 아포지단백(Apolipoprotein E, ApoE) 유전자 중 4형 대립유전자(ApoE4)를 1개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배 정도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이 높으며, 2개 가진 사람은 20배 이상 높습니다.
유전적인 영향
많은 질환들이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도 그럴 수 있습니다.
암, 치매, 심한 정신병 등과 같은 상당수의 중증 질환들에게 유전자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100세 이상으로 장수하는 경우도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도 유전적인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가족 중 뇌졸중이나 혈관성 치매 환자 분이 있는 경우에는 보다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치매환자에게 흔한 합병증
치매 환자들은 정상 노인들에게도 흔한 신체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뇌 질환과 정신 기능 저하로 인한 문제들까지 함께 보이게 됩니다. 실제 치매 그 자체가 직접적인 사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며, 오히려 흡인성 폐렴, 탈수, 영양실조, 욕창이나 요도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등의 합병증이나 심혈관 질환 또는 암과 같은 노년에 보다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 때문에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인에 흔한 대표적인 신체 질환으로는 관절염, 고혈압, 청력 장애, 허혈성 심장병, 당뇨, 백내장, 중풍, 악성 종양, 하지 골절 등을 들 수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남성은 평균 5.0가지, 여성은 평균 5.4가지의 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치매 환자들이 정상 노인에 비해 평균 여명이 짧은데도 함께 앓고 있는 다른 질병의 가지 수는 오히려 정상 노인보다 적다는 사실입니다.(남성은 평균 2.9가지, 여성은 평균 2.8가지) 이처럼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들이 정상인보다 건강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로는, 다른 심각한 질병은 가진 이들은 치매가 될 때까지 살지 못하므로 연령이라는 요소에 의해 걸러진(age-censoring) 선택 오류가 개입되었을 가능성과 다른 심각한 질병이 있을 경우에는 치매의 진단이 중요치 않게 여겨져 치매를 진단받을 확률이 낮아질 가능성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치매 환자들이 평균 세 가지의 다른 질병을 동시에 앓고 있고, 이 질환들 중 상당수가 치매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치매에 동반된 신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데 주의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섬망
병원에 입원한 치매 환자들의 경우, 25%~40% 정도가 섬망을 동반하지만 조기에 발견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갑자기 행동 변화나 불면증, 환시, 주의력 장애 등을 보일경우, 일단 섬망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섬망은 조기에 발견해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입니다.
낙상 및 골절
치매환자의 낙상 및 골절은 판단력 감소(예: 능력에 비해 너무 빨리 걷거나 혹은 미끄러운 곳을 피하지 않고 걷는 등), 퇴행성 관절염, 시야장애, 약물의 부작용 등이 주된 원인입니다. 전반적인 골절 위험성은 정상인의 3.6배, 골반 골절은 정상인의 7배에 달하며, 낙상을 유발하는 원인을 조기에 제거함으로써 낙상과 이로 인한 골절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요실금
11%에서 90%까지 매우 다양하게 보고되기는 하였지만, 어쨌든 정상인보다는 많으며, 남자에게 좀 더 흔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대부분 갑자기 소변이 심하게 마려워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절박성 요실금(urge incontinence)' 입니다. 요양기관에 수용되어 있거나 재활 중인 환자들에서 가장 흔한 형태로, 다른 형태에 비해 소변량이 많고, 밤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더 많습니다. 지남력 장애 등의 인지기능 감퇴와 요감(bladder sensation) 감소가 동반되어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외에 요실금의 일시적인 원인이 있다면 찾아내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섬망, 거동 장애, 감염, 변비, 약물 등이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변실금
17%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변비로 대변이 차있거나, 설사 혹은 직장이나 항문에 병변이 있을 경우에 주로 나타나며,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로 조절될 수 있습니다.
영양실조
치매 말기에는 흔히 체중감소가 동반되는데, 정상인에 비해 체중이 평균 21%~50% 감소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원인은 먹는데 관심이 없거나, 먹는데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꾸 걸어 다니는 등의 행동 증상으로 인해 요구되는 열량이 증가되어 있는 경우 등 입니다. 성공적인 식이 비결이란 격려와 인내이며, 아울러 익숙한 음식을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만약 안절부절 못하여 식사가 어려운 경우라면 소량으로 자주 식사 기회를 만드는 것이 좋고, 치즈나 크래커, 혹은 샌드위치와 같이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구강이나 치아 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치료하도록 해야 합니다.
간질
말기 치매 환자들의 경우, 이전에는 없는 간질 발작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치매의 원인이 대사성 장애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뇌 병변의 진행에 의한 것이지를 감별해야 한다. 치료는 진정 효과가 적은 항전간제를 투여하여 간질 발작을 억제하고, 대사성 장애가 원인일 경우에는 이를 교정해야 합니다.
약물 부작용
치매 환자들은 치매와 다른 신체 질환의 치료를 위해 동시에 여러 가지 약물을 함께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여러 전문과에서 나름대로 처방을 하다보면 약제의 중복 처방이나 약제 간 상호 작용 때문에 부작용이 더욱 심해지기도 합니다. 치매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약물 부작용은 인지기능 감퇴, 추체외로 증상, 기립성 저혈압, 좌불안석, 변비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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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치매환자에게 흔한 합병증들 / 저자 : 대림성모병원 정신과 박신영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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